○ 마케팅 통찰력(Marketing Insight)를 가지려면?
흔히들 4Ps(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5Ps(요즘 일부에선 기존 4P에 Person을 더해서 기준을 삼기도 한다), e마케팅에서 회자되는 7Cs(Context, Content, Community, Customization, Communication, Connection, Commerce), 필립 코틀러가 제안한 4Cs(Customer Benefits, Cost to Customer, Convenience, Communication),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 등 통상적인 방법론을 동원해서 자기 상품과 목표시장을 정의하거나 예측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원하는 정답을 찾을 수 있는가? 그 대답은 한 마디로 "아놔, 됐슈~!"이다.
"4Ps, 7Cs, SWOT? 다 잊어버려도 된다!"
왜? 앞서 열거한 기준들은 상품이나 시장의 경쟁력을 설명하기 좋게 만들거나 부족한 부분을 찾는 과정에서 용이하게 쓰이는 방법일 순 있어도, 그 자체가 실행과제(Task)나 실행계획(Action Plan)과 같은 정답을 이끌어내는 지침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다시 비유하자면 4Ps, 7Cs와 같은 앞서의 기준들은 수험생이 필기하기 좋게 만든 시험 답지의 표준 형식일 수는 있지만, 몇 번이 정답인지 알려주는 문제풀이집은 아니라는 얘기다. 때문에 4Ps, 7Cs 등을 아무리 달달 외워보고 우수 사례(Best Practice)를 좔좔 읊어봐야 주어진 마케팅 난제를 명쾌하게 풀 가능성은 히틀러가 유대인들로부터 사랑받을 확률보다 더 낮다는 거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마케팅 컨설팅을 의뢰하고자 하는 경영자라면 4Ps나 7Cs, SWOT 등 몇 가지 기준만을 가지고 대부분의 문제해법을 제시한 것인냥 뻐기는 컨설턴트를 만났다면 당장 그만두란 충고를 하고 싶다. 그 돈 안쓰고 호주머니에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기회비용 손실을 없애는 최고의 경영일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마케팅 문제해결을 위해 정말 필요한 능력, 그리고 마케팅 내공을 쌓기 위해 가장 중요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통찰력이다. 당신은 그 말을 듣자마자 통찰력은 어떻게 키워지는 것인지 궁금해질게다. 뭔가 한 방에 엄청난 통찰력을 키워줄 수 있을 것 같은 신무기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스멀스멀 생겨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가장 손쉽게는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중에 나와있는 온갖 마케팅 관련 서적들을 섭렵하는 무한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우리는 그 책들만 모두 읽어 제끼면 언젠가 마케팅에 관한 강력한 통찰력이 생길 것이라 굳게 믿으면서 오늘도 내일도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자기계발의 건전한 여가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고 스스로를 대견해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마케팅 통찰력이 생길까? 그렇게 노력해 봐야 본인에게 남는 것은 남들보다 좀더 아는 척하는 데 필요한 약간의 지식들과(설령 책 속에 나왔던 모든 사례들을 다 기억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데 눈꼽만큼의 도움도 받기 어렵다는 것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나의 생각이다) 과거 성공사례를 맹신하게 됨으로써 얻어지는 고정관념 뿐일텐데...
대부분 마케팅 서적들은 독자 배려의 명분을 내세우며 여러가지 과거 사례를 마케팅이나 통찰력, 창의력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매개물로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미 성공한 과거 사례를 풀이하면서 마케팅 통찰력이 어떻고, 마케터의 창의력이 어떠했으며 분석적 사고능력이 훌륭했다는 등의 감언이설을 재미있게 늘어놓고 있는데, 정작 책을 끝까지 읽어봐도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그 같은 성공사례를 또다시 일으킬 수 있는 구체적인 단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책을 구석구석 흝어봐도 성공 사례 속의 훌륭하신 마케터가 보여준 창의력과 분석적 사고력을 독자가 어떻게 해야 닮을 수 있단 말은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사고의 틀을 정하지 않고 결과의 우수함만을 보여주는 책에서 우리가 배울 만한 것이 있을까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만약 패덱스(Fedex)의 성공사례를 감명 깊게 읽은 당신이 지금 당장 항공특송화물 사업을 시작한다면 그 책 값만큼의 지식습득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아마도 성공은 커녕 99.9%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고? 알면서...
우리는 왜 성공사례대로 따라 했는데 성공을 못하는 것일까 자문해보자. 바로 시장과 시점이 다르고, 성공사례는 이미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더이상 그 방법이 차별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케팅 통찰력에 관한 책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는 선물상자를 받긴 했는데, 선물상자는 자물쇠로 잠겨있고 열쇠는 받지 못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래서야 어디 선물을 받았노라고 자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물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는 것이 진정한 스승이라 했건만... 그런 의미에서 마케팅 서적들은 결코 훌륭한 스승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 이르게 된다. 그나마 남들이 다 아는 법을 알려준 것이기에 '물고기를 잡아 준 것도 아니고, 남들이 다 먹어 치워버린 물고기 뼈대만을 잡아 준 것'이 어디 스승이 할 짓인가 말이다.
"책 속의 지식은 남들이 다 먹어치운 물고기인 셈이다!"
똑 같은 문제는 '콜롬버스의 달걀'로 표현되어지곤 한다. 달걀을 뾰족하게 세우려면? 창의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꾸준한 노력과 인내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꿈에도 그리던 마케팅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선 우선 성실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거기에 올바른 방법이 뒤따라야 한다. 정답일 순 없겠지만, 내 경우에는 꾸준한 뉴스 탐독에서 주어진 제품과 현재의 시장을 이해하고 문제해결에 필요한 사항을 추론하는데 큰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마케팅 원론과 우수 사례집을 그냥 참고서로만 활용하라고 후배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내게 있어서 교과서는 바로 뉴스이다. 문제해결의 정답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립되어 내려온 마케팅 원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돌아가는 상황을 알려주는 뉴스에 있는 것이다.
아울러 명확하게 예측하고 추론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실(Fact)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 사실 요즘처럼 언론사들이 광고주나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에 함께 놀아나면서 자기들이 '사회의 목탁'임을 망각하는 상황 속에서는 올바른 사실을 접하는 것이 그리 수월치 않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여러 개의 뉴스를 끌어다 놓고 비교하다 보면 어느 정보가 비합리적인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지, 어느 것이 사실에 가까운 것인지, 어떤 뉴스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왜곡된 정보를 피력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몇 년 전 매우 큰 쇼핑몰의 유통사업전략을 구상하고 필요한 과제 수행을 자문해 줄 때의 일이다. 고위임원 중 한 사람이 시장조사를 다녀왔다면서 모 영국산 수입브랜드가 대박이니 그런 컨셉을 MD구성에 넣자고 했다. 그리고 그 대박의 근거로 내놓은 것이 꽤 저명한 잡지의 뉴스 클리핑이었는데, 해당 잡지에는 수입 1년만에 전국에 수십개 매장이 생겼다는 둥, 연간 매출이 명동에서 1위라는 둥 구체적인 숫자를 내놓으면서 보는 사람의 질투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뉴스가 올바른 사실(Fact)인지부터 먼저 검증해야 했다. 마케터는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부터 식별하는 고단한 작업을 해야 한다. 벤치마킹 대상이던지, 영업목표 수립에 필요한 수치이던지 간에 '참'으로 위장된 '거짓'정보를 걸러내는 것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최후에 엉뚱한 헛 짓을 한 것으로 판명되어 돈잃고 시간잃고 신용잃는 재앙을 겪기 싫다면 말이다.
"마케터라면 마케팅 원론보다 뉴스를 가깝게 두고 살아라!"
그래서 마케터는 뉴스를 끼고 살라고 권하는 것이다. 당시에도 고위임원이 준 뉴스의 형식이 탐사보도였기에 제법 설득력있게 보였지만, 그렇다고 그냥 믿어버렸다면 나 역시도 기본이 안된 돌팔이 마케터로 손가락질 받아 마땅했으리라. 더군다나 그 뉴스의 스토리 전개에서 어떤 의도(정보가 누군가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을 기록한 것이 아닌 일종의 '반작용'을 기대한 인위적 '작용'임을 간파해야 한다)가 느껴졌기 때문에 좀더 심층적인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사용했던 방법은 수집된 정보의 교차검증이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대단한 성공신화있었다면 다른 어딘가에서도 그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않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다른 언론사에서는 그와 비슷한 특종(?)을 찾아볼 수 없었고 직접 해당 수입매장을 탐문했을 때도 방문객과 점원의 행태에서 잡지 뉴스가 언급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잡지 기사가 보도의 형태를 띈 과장 광고였고, 사실과 다른 거짓(Fake)였던 것이다. 그 같은 상황을 알려주었는데, 그 임원은 이미 한껏 부풀어 오른 장미빛 환상을 깨기 싫었던지 끝까지 자기암시를 걸며 밝혀진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했다. 그런 와중에 내가 또하나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통찰력을 없애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사람의 욕심이고. 사람은 욕심이 커지고 성과에 집착하게 되면서 상식을 간과하게 되고 종국에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 마케팅 통찰력은 시장과 제품에 대한 선견지명(先見之明)을 준다
어찌되었건 마케팅 통찰력은 마케터에게 매우 큰 힘이 되는 내공일 뿐더러, 훌륭한 경영자나 임원이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능력이다. 그 이유는 마케팅 통찰력이 우리에게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지인 중에 한 분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다이어트 기능을 가진 이어폰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어떤 사업전략을 구사하면 될까요?"라고.
그 질문에 나는 몇 가지 질문으로 답을 했다.
"혹시 지금 휴대폰이나 MP3플레이어, PMP 등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 제조유통업체와 영업제휴를 맺을 능력을 갖고 있나요? 아니면 매달 꾸준히 수천만원씩 스타마케팅에 쏟아부을 만큼의 자본력이 있으신가요? 얼마의 원가를 들여 만들고, 얼마에 파실 생각이신가요?"
대답은 "벤처가 자본력이나 영업제휴 능력이 있을 리가... 개당 1만원정도의 원가로 생산해서 3만원 정도에 팔 생각입니다."였고, 내 대답도 "저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네요, 죄송합니다"였다. 왜 그랬을까?
"다이어트 이어폰 마케팅이 어려운 이유는?"
내가 제시한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 이어폰은 마우스, 키보드처럼 주변기기로서의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주변기기의 시장수요 대부분이 본체에 딸려 팔리는 교차판매 방식으로 발생한다. 몇 년전에 보았던 시장통계에서는 이어폰 생산량의 60~70%가 교차판매로 소진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따라서 주변기기가 독립적으로 대량의 수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 차별성 또는 막강한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다이어트 이어폰은 주변기기인 이어폰과 다이어트 용품으로서의 시장수요를 야기할 수 있다. 먼저 주변기기로서 이어폰이 갖는 상품가치와 시장성을 생각해 보자. 끼워서 구매하게 되는 주변기기는 과잉공급되는 경향이 있고, 시장에서 소비자 잉여가 발생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어폰도 독립상품으로서의 시장표적화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경제불황인 경우에는 과거 호황기에 배포된 소비자의 잉여자산이 소멸될 때까지 제대로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 비슷한 특성을 가진 키보드를 예로 들자면, 키보드가 고장났을 때 새로 구매를 하려는 사람이 많을까, 아니면 일단 사무실이나 지인들이 여분으로 가지고 있는 키보드가 있는 지 확인하는 사람이 많을까. 요즘같은 불황에는 아마도 후자의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어폰에도 적용된다. 지인의 책상 서랍에 버려진 남는 이어폰을 공짜로 받을 지, 아니면 단순히 다이어트 기능이 추가된 거금 3만원짜리 이어폰을 살 것인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 시장성을 상식적으로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 그 밖에 저가의 중국산 이어폰도 시장에 넘쳐나고 있으니 이어폰으로서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것은 감히 하늘에 별따기라고 비유할 수도 있을 법하다.
- 그렇다면 다이어트 용품으로서의 시장성은 어떨까? 다이어트 기능(자세한 내용은 상담을 청했던 지인의 지적재산에 속하는 것이므로 블로그에 공개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해당 상품의 유통에 관심이 분이 있다면 연결해드릴 생각도 있으니 연락주시길 바란다)을 가졌다면 소비자는 투자대비 효익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즉, 3만원으로 다이어트 이어폰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이어폰 고유의 기능 이외에 뭔가 괜찮은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다이어트'란 단어를 검색해보면 채 10만 가지에 이르는 각양 각색의 대체 상품들이 있고, 그 중에는 2~3만원 대에 구체적인 감량효과를 수치로 제시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그러므로 사업전략 수립을 논하기 이전에 타 다이어트 상품군과 대등하게 경쟁해 볼 수 있을 지를 가격대비 효과입증 측면에서 검토하고 그 결과로 상품수요의 타당성 검증을 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품을 보지도 않고 상품 컨셉만을 듣고는 사업전략을 상담해 줄 수 있는 자가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만약 있다면 희대의 사기꾼일 것이 틀림없다. 분명 말하지만 마케터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또한 그 어떤 천재라도 상품을 모르고 해당 산업군에 대한 이해없이는 탁월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케터는 평생 공부하는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일련의 상담 내용을 공개하는 이유는 모두가 사업전략이나 마케팅 계획 수립이 결국은 상식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 상식을 가지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역지사지가 되어본다면 왠만한 실수는 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마케팅을 너무 어렵게만 보지 말고, 상식 수준에서 계속 자문자답을 하며, 관련 뉴스를 접하다 보면 당면한 과제를 파악할 수 있게 되고, 풀어나가야 할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작은 비책들을 강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첫 포스팅부터 너무 글이 길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접하는 '마케팅'이란 사고의 틀을 가급적 쉽게 쓰려고 애쓰다 그리된 것이니 너무 타박하지 마시길 바란다. 너무도 몰상식과 비합리가 판치는 세상이다보니 나의 생각이 얼만큼 전파될 지는 모르겠지만, 의식있고 뜻있는 젊은 경제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 글을 기약해 보고자 한다.
좋은 저녁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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